| 전세사기 피해보장, 경매시장의 문턱도 낮출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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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성진용 교수편
작성일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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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금의 최소 3분의 1 보장과 ‘명도 불확실성’ 감소가 만나면 경매시장이 달라진다
경매배당 부족분 정부가 보전 LH가 신청 90일내 지급 결정 개정안 내달 13일 시행하기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돌려받은 보증금이 1/3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가 부족분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청년·저소득층을 위해 마련한 사회주택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 세입자들이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모습.
경매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낙찰가격도 아니다. 대출도 아니다. 많은 초보자가 마지막 순간에 겁을 먹는 이유는 ‘사람을 어떻게 내보낼 것인가’, 즉 명도 문제다. “낙찰받았는데 세입자가 안 나가면 어떻게 하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버티면 어떻게 하지?” “인도명령을 신청하면 바로 해결되는 것인가?” 특히 전세사기 피해주택에서는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을 잃은 임차인에게 단순히 “집이 경매됐으니 나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6년 11월 13일부터 시행될 전세사기 피해자 최소보장제도는 이런 경매시장의 구조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돌려받은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그 부족분을 지원하는 제도다. 나는 이것을 단순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만 보지 않는다. 피해 임차인의 최소한의 회복수단이 제도적으로 마련될수록 경매 이후의 명도 갈등을 완화할 여지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경매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제도가 인도명령의 법적 요건 자체를 완화하거나, 모든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명도를 자동으로 쉽게 만들어 주는 제도는 아니다. 여기서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1. 경매의 마지막 관문은 결국 ‘명도’다 경매투자는 흔히 세 단계로 생각한다. 권리분석 → 낙찰 → 명도 그런데 초보자는 앞의 두 단계에 집중한다. 등기부를 분석하고, 임차인의 대항력을 따지고, 배당순위를 계산하고, 감정가와 예상 낙찰가를 계산한다. 그러나 실제 낙찰 이후에는 사람이 남는다. 부동산은 주식과 다르다. 주식은 매수하면 계좌에 들어오지만 부동산은 낙찰받았다고 다음 날 빈집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경매에서 항상 이렇게 강조한다. “낙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명도가 어려웠던 이유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생각해 보자. 임차보증금이 1억5,000만원인데 경매 배당으로 2,0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임차인 입장에서는 1억원이 넘는 재산을 잃을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낙찰자가 찾아가 “제가 낙찰받았으니 집을 비워주십시오.” 라고 말한다면 쉽게 해결될까. 법률적 권리와 인간적인 현실이 충돌한다. 그래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문제는 단순한 점유 문제가 아니다. 주거 문제이면서 재산권 문제이고 생계 문제다. 명도가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최소 3분의 1 보장’이 중요한 이유 이번 제도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회복한 금액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임차보증금의 3분의 1 수준을 기준으로 부족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사의 사례를 그대로 보자. 보증금 1억5,000만원. 경매 배당 2,000만원. 경매 차익 1,000만원. 기존 회복액은 총 3,000만원이다. 최소보장금은 보증금의 3분의 1인 5,000만원이고, 여기에서 이미 회복한 3,000만원을 제외한 2,000만원을 최소지원금으로 받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피해 회복액이 5,000만원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은 임차인에게 상당히 중요한 안전장치다. 4. 여기서 경매시장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이 제도를 경매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일부 전세사기 피해주택에서는 낙찰 이후에도 임차인의 보증금 손실과 이주 문제가 명도협의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요인이었다. 그런데 피해자의 일부 손실을 공적 제도가 보완해 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임차인은 최소한의 피해회복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낙찰자는 임차인과 이주 시기를 협의할 여지가 커진다. 즉, 피해지원 → 임차인 주거안정 → 이주 협의 가능성 증가 → 명도갈등 완화 → 낙찰자의 불확실성 감소 라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주목한다. 5. 그러나 ‘지원금 = 인도명령’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경매 초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낙찰자가 무조건 인도명령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명령은 민사집행법상 별도의 제도다. 부동산 인도명령은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낸 뒤 채무자·소유자 또는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점유자를 상대로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 사용하는 절차다. 대법원 생활법령정보 역시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낸 후 6개월 이내에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점유자의 대항력과 권리관계다.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정부가 보증금을 지원하니 이제 모든 전세사기 주택은 쉽게 명도할 수 있다.” 라고 판단하면 위험하다. 그것은 이번 제도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6. ‘법적 명도’보다 중요한 것은 ‘협의 명도’다 나는 오랫동안 경·공매를 연구하고 교육하면서 한 가지를 강조해 왔다. 가장 좋은 명도는 강제집행까지 가지 않는 명도다. 인도명령을 받아 집행관이 움직이고 강제집행까지 가면 낙찰자에게도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점유자 역시 큰 고통을 겪는다. 반면 서로의 권리를 확인하고 이사일정을 협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라면 더욱 그렇다. 피해지원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낙찰자가 할 말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 나가실 겁니까?” 가 아니라, “배당과 피해지원 절차를 확인해 보고 이주가 가능한 날짜를 함께 정해봅시다.” 이것이 앞으로의 경매 명도문화가 되어야 한다. 7. LH가 90일 이내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에 따르면 지급·정산 업무는 LH가 맡고, 신청일부터 90일 이내 지급 여부와 금액을 결정해 통지하도록 했다. 경매에서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시간 정보다. 왜냐하면 명도 역시 결국 시간관리이기 때문이다. 낙찰자는 낙찰받기 전에 다음 과정을 예상해야 한다. 낙찰 → 잔금 → 소유권 취득 → 배당 → 피해자 지원절차 → 이주협의 → 인도 → 수리·개발 → 임대 또는 매각 앞으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분석할 때는 기존의 권리분석에 하나를 더 넣어야 한다. *‘피해자 지원 일정 분석’*이다. 8. 경매투자의 핵심은 ‘권리분석’에서 ‘해결분석’으로 가야 한다 예전에는 등기부를 잘 보는 사람이 경매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등기부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경매투자자는 최소한 다섯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권리분석 + 배당분석 + 피해지원 분석 + 명도분석 + 수익성분석 특히 전세사기 피해주택에서는 임차인의 상황을 단순한 ‘명도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배당으로 얼마를 받는가. 최우선변제 대상인가.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됐는가. 이번 최소보장제도의 대상이 되는가. LH 지원금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어떻게 되는가. 이것을 종합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해결형 권리분석’*이라고 부르고 싶다. 9.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면 오히려 경매시장도 건강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면 투자자가 불리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매시장에서 가장 큰 비용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누가 점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 이사할지 모르겠다. 보증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다. 소송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이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입찰가격을 낮춘다. 반대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절차가 명확하고, 배당과 지원금의 규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이주계획까지 협의할 수 있다면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경매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피해자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10. 정부도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나는 이번 제도를 긍정적인 출발점으로 본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가 시작되면 피해자 결정 → 배당예상액 산정 → 최소지원금 예상 → LH 매입 여부 → 이주주택 연계 → 경매 진행 → 낙찰 → 이주 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특히 피해자가 어디로 이사할 것인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아도 명도갈등은 남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지원과 주거지원, 경매절차와 이주지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11. LH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제도에서는 LH가 지급·정산 업무를 담당한다. 또 기사 내용처럼 공공주택사업자가 경·공매를 통해 피해주택을 매입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관련 비용을 취득비용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나는 이 부분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가운데 민간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운 물건은 공공이 일정 부분 받아주고, 시장에서 해결 가능한 물건은 경매를 통해 정상적으로 순환시키는 투트랙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피해주택이 장기간 방치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12. 앞으로 경매 초보자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그렇다고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무조건 좋은 투자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물건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도가 정비되면서 과거보다 분석 가능한 영역이 넓어질 가능성은 있다. 초보자가 가장 두려워했던 “세입자의 보증금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불안도 권리분석을 정확하게 하면 구분할 수 있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권리인지, 배당으로 소멸하는 권리인지, 정부 지원 대상인지, LH 매입 대상인지, 인도명령 대상인지, 별도의 명도소송이 필요한지를 각각 구분해야 한다. 이것이 경매 공부다. 13. 경매의 미래는 ‘사람을 내보내는 기술’이 아니다 나는 경매 강의를 할 때 앞으로 명도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명도가 “어떻게 빨리 내보낼 것인가” 였다면, 앞으로의 명도는 “어떻게 권리를 정리하고 서로 손실을 줄이며 부동산을 정상화할 것인가” 가 되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투자의 장애물이 아니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다. 동시에 낙찰자의 재산권도 보호받아야 한다. 좋은 제도는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권리를 명확하게 만들어 갈등비용을 줄이는 제도다. 경매가 쉬워진다는 진짜 의미 경매가 쉬워진다는 것은 법원 문턱이 낮아진다는 뜻만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누가 얼마를 받을지 알 수 있고, 누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고, 피해자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낙찰자가 어떤 권리를 인수하는지 알 수 있고, 언제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 최소보장제도를 나는 이렇게 바라본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잘 설계될수록 오히려 경매시장도 투명해질 수 있다. 피해자가 최소한의 보증금을 회복할 수 있어야 새로운 주거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주가 가능해져야 명도협의도 가능해진다. 명도 불확실성이 낮아져야 낙찰자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결국, 피해자 보호 → 주거이동 가능성 → 명도갈등 완화 → 경매 불확실성 감소 → 부동산 정상화 라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부가 보증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한다고 해서 인도명령이 자동으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인도명령은 여전히 민사집행법상의 요건과 임차인의 대항력 등 개별 권리관계에 따라 판단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보증금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면 현실적인 명도협의는 분명 이전보다 수월해질 여지가 있다. 이것이 이번 정책을 경매투자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경매의 경쟁력은 싸게 낙찰받는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권리를 읽고, 정책을 읽고, 사람의 상황까지 읽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것이 새로운 경매시대의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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